출처: https://www.coindeskkorea.com/news/articleView.html?idxno=71062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을 앞두고 '금융 블루오션'인 암호화폐 업계에 진지를 구축하려는 시중은행들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은행들은 잇따라 일단 수탁(커스터디)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16일 코인데스크코리아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 도입을 검토중인 시중은행은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4곳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은 상당히 적극적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월 특허청에 'KBDAC'라는 이름으로 가상자산 관리 서비스 상표를 출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특금법이 국회 통과를 하기도 전에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 시동을 걸었다는 이유에서다. KB국민은행은 이 상표를 20여 종류의 업종에 이용한다고 신고했는데, 여기에는 가상자산의 위탁·수탁·투자·운용·청산·장외거래 중개·신탁 등의 업태가 포함되어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10일 법무법인 태평양, 블록체인 기술업체 헥슬란트와 함께 개정 특금법 공동 대응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축했다. NH농협은행 측은 "명칭은 특금법 공동 대응이지만 해당 컨소시엄은 수탁 서비스 진출 검토를 위해 만들어진 게 맞다"고 설명했다. 아직 특금법 시행령이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아무튼 진출하는 방향으로 연구하겠다는 것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역시 각각 전담 팀을 구성한 상태다. 다만, KB나 NH에 견줘 '구체적인 시행령 내용을 확인한 후 대응하겠다' 식의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윤하리 신한은행 디지털그룹 블록체인셀장은 "수탁 자체는 원래 은행의 업무라 특별할 것이 없지만 암호화폐의 경우에는 일단 시행령이 나와야 (진행 여부를) 알수 있을 것 같다"며 "시행령이 나와도 실제로 특금법이 시행되는 것은 내년 3월이니 아직 뭐가 어떻게 될거라고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줄지어 암호화폐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은 '선점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르면 오는 8월 특금법 시행령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단 시행령이 나오면 암호화폐 등 디지털 자산은 금융자산의 범주 안으로 포섭될 가능성이 크다. 전통적으로 '자산 보관'을 주요 사업으로 삼아온 은행들로서는 새로운 시장이 문을 여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청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의 상황에 대해 "(암호화폐 업계에서) 선점이 중요한 상황이고 일부 은행들 사이에는 벌써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며 "시행령이 나오면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은행이 암호화폐 거래소와 함께 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는 크게 수탁과 실명가상계좌 발급 두 가지입니다. 두 가지를 같은 은행이 맡으면 업무 효율 측면에서 상당한 상승효과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수탁 같은 경우는 은행 입장에서 크게 어려운 서비스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실명가상계좌를 발급하는 은행이 그냥 해당 거래소에 대한 수탁도 함께 맡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실명가상계좌 발급은 자금세탁방지(AML) 성격상 한 거래소에 한 개의 은행만 해줄 수 있어요. 만약 어떤 은행이 우량 암호화폐 거래소와 실명가상계좌 발급 계약을 선점하면 다른 은행들은 자연스럽게 그 거래소의 수탁 서비스 경쟁에서 뒤처지는 구조라는 거죠. 이런 이유 때문에 몇몇 은행은 최근 암호화폐 업계 미팅을 늘리고 있습니다."
결국 시장 선점효과를 위한 암호화폐 수탁사업 경쟁은, 나아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실명가상계좌 발급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그것도 하나의 거래소가 각각 하나의 은행만 '제휴'하게 되는 탓에 경쟁은 매우 치열하게 전개될 수 있어보인다. 이 관계자는 "업의 실질을 보면 둘의 연계는 어느정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익명을 요구한 거래소 관계자는 "6월 초에 시중은행과 실명가상계좌 발급 관련 미팅을 진행했다"며 "은행이 가상계좌 발급 관련해서는 매우 보수적인 분위기였는데 요즘 분위기는 전보다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은행들은 적정 수준의 이용자와 거래량을 갖췄으며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보유한 거래소들을 제휴 대상으로 보는 분위기다.
다만, 은행들은 암호화폐 수탁 사업과 실명가상계좌 발급은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전통 금융권의 암호화폐 사업 진출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금융 당국의 시선을 의식한 태도라고 본다. 실질적인 암호화폐 투자와는 한 단계 떨어져있는 수탁 사업에 견줘, 실명가상계좌 발급 문제는 그동안 규제 당국이 백안시해온 투기성 투자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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