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9&aid=0004301777
신용카드·모바일 결제가 보편화하면서 경조사가 아니면 좀처럼 현금을 만질 일이 없는 세상이다. 일부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는 아예 현금을 내면 받지 않는다. 이른바 '화폐 없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현금 쓸 일이 없으니 화폐 제조 사업장은 바로 문을 닫아야만 할 것 같다.
그러나 화폐 제조가 주력 사업인 한국조폐공사는 6년 연속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이에 대해 조용만 조폐공사 사장은 "화폐를 넘어 화폐를 매개로 이뤄지는 거래에 신뢰를 부여해 주는 사업으로 '업(業)'의 영역을 확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화폐 제조량은 줄었어도 축적된 위변조 방지 기술로 새 먹거리를 창출했다는 얘기다.
조 사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2018년 경영 실적은 아직 확정치가 안 나왔지만 잠정 매출액은 4806억원으로 집계됐다"며 "전년도의 4778억원보다 늘어났는데 6년 연속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신용카드나 모바일 결제 확산으로 화폐 사용량이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낸 셈"이라고 밝혔다. 올해 매출 목표는 4910억원이다.
이는 조폐공사 업의 영역이 화폐 제조에만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여권이나 주민등록증, 공무원증, 청소년증, 복지카드, 장애인카드 같은 국가 신분증(ID)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위변조 방지 기술을 활용한 특수 보안용지와 특수 잉크, 골드바 제품도 생산한다. 생산 제품 가짓수만 110여 가지에 달한다.
최근 조폐공사가 매진하는 사업 분야는 블록체인이다. 조 사장은 "현재 주력하고 있는 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추진 중인 'KOMSCO 신뢰플랫폼' 사업을 꼽을 수 있다"며 "모바일상에서 고향사랑상품권을 서비스할 뿐만 아니라 청년수당을 비롯한 각종 복지수당을 지급할 수 있고, 신분이나 공공문서가 진짜임을 인증해 주는 서비스도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조폐공사는 2015년부터 블록체인을 이용한 기술을 개발했다. KOMSCO는 한국조폐공사의 영문 약자다.
그는 "거래 정보를 분산해 각각의 블록에 저장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해킹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며 "조폐공사가 그동안 은행권, 상품권, 주민증 등 오프라인상에서 절대 가짜가 있어서는 안 되는 공공 제품을 공급해 왔는데 온라인상에서도 이런 역할을 수행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고 말했다.
이런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대표적인 결과물이 온라인 고향사랑상품권이다. 고향사랑상품권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발행하는 상품권으로 해당 지역 재래시장, 슈퍼를 비롯한 자영업, 축제 같은 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 지역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돼 지자체들에 인기가 높다. 지금까지는 종이 상품권만 발행했지만 시흥시의 '시루' 모바일 상품권이나 모바일 성남사랑상품권은 2월 21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상인들이 매장에 조폐공사가 공급하는 전용 키트 하나만 가져다 놓으면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QR코드 방식의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와 함께 화폐에 쓰이는 위변조 방지 기술을 활용해 '짝퉁' 상품을 가려내는 정품 인증 사업도 전망이 좋다. 조 사장은 "명품 화장품 박스나 용기에 보안라벨이나 잠상(숨겨진 그림) 같은 기술을 응용한 것인데 중국에서 수요가 꽤 있다"며 "우리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보안 요소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술은 현재 홍삼, 성주참외 등에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