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www.seoulfn.com/news/articleView.html?idxno=360669
"마이아이디(My-ID)는 쉽게 말하면 온라인에서 사용하는 신분증들을 담은 '지갑'입니다. 이전의 인증서들은 신분증을 한 번에 담을수가 없어서 여기저기 넣고 다녔지만 이제는 DID라는 지갑의 표준을 만들어서 넣고 잘 관리할 수 있습니다."
김종협 아이콘루프 대표는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은 '마이아이디'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마이아이디는 아이콘루프가 개발한 블록체인인 '루프체인'을 활용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탈중앙화 본인인증(Decentralized ID, DID) 서비스다.
지금은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하고 해당 업체에 자신의 정보를 남겨야 하지만, 마이아이디를 이용하면 스마트폰에 저장된 내 정보 중 필요한 항목만 해당 업체에 넘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은행 앱에서 비대면으로 은행계좌를 개설하려면 신분증을 촬영해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다른 은행에서 계좌를 추가로 만들려면 또 다시 신분증을 찍어 제출해야 한다.
마이아이디는 처음 찍었던 신분증 사진·정보를 보관해뒀다가 다음번 계좌 개설 때 이를 자동으로 제출한다. 이 때 블록체인을 활용해 혹시 모를 위·변조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블록체인은 일종의 계약서로 본인을 포함한 구성원 모두가 동일한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이를 활용하면 '마이아이디 얼라이언스(연합)'에 참여한 서비스 업체들끼리는 별도의 로그인이나 본인인증 절차를 하지 않더라도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오픈마켓에서 은행 계좌를 확인해 볼 수 있거나 은행에서 오픈마켓 상품을 등록해 두고 판매할 수 있는 식이다.
이 외에도 온라인 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로그인 정보나 개인 정보 등도 마이아이디에 보관해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서 자동으로 입력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마이아이디는 새로운 로그인 수단 중 하나에 그치지 않고 얼라이언스를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연결해 새로운 비즈니스 툴(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며 "금융 서비스나 커머스 서비스를 사용자 중심으로 재구성하려고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마이아이디는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얼마든지 활용될 수 있다. 기존의 경우 편의점에서 담배를 살 때 신분증을 제시하면 성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생년월일 외에도 이름이나 주소지, 발급일자 등 정보도 함께 넘어갔다. 마이아이디를 사용하게 되면 필요한 정보만 선별해서 제시할 수 있다.
이 같은 서비스는 개인정보의 주도권이 소유주인 본인에게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업체들 입장에서는 서비스에 필요한 개인정보들을 받아 보관·관리해야 하는데 상당한 부담"이라며 "특히 기존의 경우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가 업체에 저장돼 있기 때문에 서비스 개발·확장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이아이디는 이용자들이 정보를 직접 보관하도록 넘겨버렸다"며 "개인정보 보관 위치가 이용자 본인이라 서비스에 로그인 하지 않아도 기능을 이용하기 위한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 업체들은 서비스 개발에만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자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필요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도 되고, 업체들도 개인정보를 보관할 필요가 없어 정보유출 리스크에서 해방될 수 있다.
마이아이디에 대한 아이디어는 증권업계의 '체인아이디'에서 출발했다.
체인 아이디는 논의를 시작할 때만 해도 공인인증서를 블록체인에 만들어보는 수준에 불과했다. 공인인증의 로직을 블록체인의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으로 만들어 참여한 증권사들이 동의해서 인증서를 만들고, 공동으로 보유하도록 한 것이다.
만들고 보니 증권업계 내에서만 쓸 수 있는 인증수단이 하나 더 생겼을 뿐 기존 공인인증서와 동일한 불편 사항이 발생했다. 불편한 건 사용자경험(UX)이었지, 보안성 등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는 불편을 해소하고 사용자경험을 더 확장하기 위해 마이아이디라는 DID를 내놓게 됐다.
김종협 대표는 "블록체인으로 인증서비스를 만들더라도 자기들만 이용한다면 블록체인을 굳이 쓸 필요 없이 공동 데이터베이스를 쓰면 된다"고 말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갱신 기간이 예상 외로 짧다는 점이다. 은행에서 제공하는 사설인증서도 갱신기간이 3년인데, 마이아이디는 사업자인 아이콘루프의 경우 3개월마다, 금융회사는 6개월마다 고객 정보 갱신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김 대표는 "금융위의 샌드박스는 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추가 테스트가 필요하면 규제 완화, 문제가 있으면 규제 강화하는 식으로 진행된다"며 "금융위에서도 소비자 보호라는 목적이 중요하다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에 훨씬 조심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999년 공인인증 개발부터 지난 2016년 블록체인을 활용한 엔터프라이즈 제품을 내놓는 등 늘 새로운 시도를 해온 선구자다.
그는 "2016년 당시 이더리움이 있었고, 하이퍼레저도 0.1버전대가 있었지만 도저히 실시간 서비스를 쓸 수 없는 수준이었다"며 "커스터마이즈를 충분히 할 수 있는 독자적인 블록체인이 필요했고, 루프체인을 개발해 쓰고 있다"고 말했다.
루프체인은 삼성전자, 포스코 등 대기업과 16개 금융기관, e커머스 업체, O2O 업체 등 총 27개 회사가 협약해 사용하고 있다. 서울시도 루프체인을 납품받아 활용하고 있다. 이들 블록체인은 향후 인터체인을 통해 서로 연결될 수도 있다.
김 대표는 "몇 년 동안은 제품 개발도 하고 충분한 시간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암호화폐가 이슈화되면서 블록체인에 거품이 많이 끼게 됐다"며 "그나마 버블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과 돈이 모였고, 최근에는 제품도 안정화 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사용자들이 블록체인이라 변화하는 모습을 느끼진 못느끼겠지만 사용자 중심으로 새로운 비즈니스가 많이 만들어져 스며들 듯 블록체인의 가치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당연하지 않았던 서비스들이 점점 더 많이 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주커버그도 페이스북을 만들때 하버드대학을 그만두지 않은 것처럼 외국은 실제 진행하기 전까지 많은 부분들을 조심스럽게 진행한다"며 "창업을 하게 되면 굉장히 긴 여정이 필요한데 제대로 준비도 없이 쉽게 창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존에 하던 일을 하면서 자기 시간을 더 내 고민 많이 해보고 창업하는 게 더 좋은 것 같다"며 "충분히 준비를 하는 게 확실히 도움 되고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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