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dstreet.io/news/view-detail?id=N20191223114715836930
“사업은 운칠기삼입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사업을 시작해 J커브를 그리며 성장해야 해요. 그런데 제가 블록체인 산업에 투신한 시기가 너무 빨랐어요.”
홍준 대표는 창밖을 응시하며 담담하게 말했다. 블록체인 대중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그는 “블록체인 세상이 올 때까지 버티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포기하는 모습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었다. 그는 분주하게 움직였고, 인터뷰 전후로도 사업을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그래서일까? 그가 인터뷰 중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생존’이었다.
홍준. 네이버 초기 멤버 출신으로 열 번째 입사자다. 공동창업자 7명을 제외하면 그보다 먼저 들어온 사람은 단 2명. 지금은 네이버가 대한민국 대표 IT기업이지만 당시에는 야후코리아, 라이코스 등 강력한 경쟁자와 싸워야 했다. 기업의 사활이 걸린 전쟁터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수많은 사선을 넘으며 네이버 비즈니스의 핵심인 ‘검색사업부’를 이끌었다.
그러다 스마트폰 보급이 시작되던 2009년, 네이버를 나왔다. 뜻이 맞는 팀원과 퓨처스트림네트워크를 공동 창업한 후 모바일 광고 플랫폼 ‘카울리’를 출시했다. 하지만 누적적자 108억 원.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그는 이를 악물고 버텼고, 기적적으로 턴어라운드 하는데 성공했다. 현재는 블록체인 기반 광고 보상 프로젝트 위블락을 이끌고 있다.
인터넷, 모바일 그리고 블록체인. 세 번의 바람 앞에서 정면으로 승부한 홍준 대표이기에 현재의 위기 상황도 왠지 익숙해 보인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블록체인 시장의 결말을 보고 싶다”고 말했던 그. 역전의 용사 홍준 대표를 위블락 본사에서 만났다.
◆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IT산업 최전방에서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 찾았나
- 홍준 하면 네이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죠. 닷컴 시절에도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컸는데 초창기 네이버는 어떻게 방향성을 잡았나요? 처음부터 검색엔진 회사로 출발했지만, 시행착오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네이버에 병역 특례로 입사했어요. 회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2년 6개월 동안 회사가 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앞섰죠(웃음). 이 점을 감안하고 얘기하면, 네이버도 초기에는 방향성을 못 잡았습니다. 99년 6월에 법인을 설립했는데요. 2000년 초에 이해진 의장이 전 직원에게 이렇게 선언했어요.
“우리는 검색 솔루션 회사다. 대기업이 내부 정보를 잘 찾아보기 위해서는 검색엔진 기술이 필요한데, 우리가 기술력을 갖고 있으니 솔루션으로 판매하면 연간 수백 억 매출을 올리는 회사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해진 의장이 반년도 안 돼서 이 말을 번복한 거예요.
“우리는 검색 서비스 회사다. 우리 기술을 기업용으로만 쓰기에는 너무 아깝다. 훨씬 많은 문서가 바깥에 있다. 검색엔진은 B2B가 아닌 B2C에 적합한 기술이다. 그러니 사용자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이해진 의장이 좀 샤이(shy) 하잖아요. 그때 큰 충격을 받았는지 다시는 IT업계를 예측하는 발언을 하지 않겠다고 했죠. 네이버라고 항상 맞는 길만 가는 건 아니에요. 대신 아니다 싶을 때 번복하는 일에 유연한 조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점에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에 집중하는 거죠.
- 네이버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죠?
초창기에는 검색엔진 경쟁이 엄청 치열했어요. 그러다 보니 2000년에는 회사에 돈이 전혀 안 남았어요. 임원들이 여기저기에 차용증을 써가며 구해온 자금으로 버텼습니다. 검색광고와 한게임이 수익을 내면서부터 풀리기 시작했죠.
- 공교롭게도 네이버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인 검색광고 업무를 담당했는데요. 당시 네이버는 어떤 과정을 거쳐 비즈니스 모델을 발견했나요?
저는 입사 후 1년 동안 검색 서비스 디렉토리를 관리하는 일을 했어요. 카테고리 분류체계를 잡은 거죠. 사람이 직접 카테고리를 만들고 그 안에 홈페이지를 등록해서 리뷰를 기록했는데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인터넷 서퍼’라고 불렀습니다. 인터넷 서퍼는 정보의 바다를 서핑해서 좋은 정보를 가져오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그러다 2000년 중반부터 검색광고 일을 시작했어요. 왜 하게 됐냐면, 사람이 하나하나씩 등록하기엔 홈페이지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에요. 등록 대기가 생겼습니다. 기업에서는 자기네 홈페이지부터 빨리 해달라 하고. 그래서 유료로 서비스했습니다. 개인 홈페이지는 천천히, 기업 홈페이지는 빠르게 등록하는 거죠. 당시 야후에서는 ‘비즈니스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100달러를 받았습니다. 네이버는 2만 9,900원에 판매했고요. 이후에 야후가 매년 금액을 지불하는 형태로 바꿨고, 네이버도 연간 과금 체제로 변경했죠. 자연스럽게 기업 간 우선 노출(플러스등록) 니즈가 생겼고, 검색 광고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돌아보면 검색광고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게 아니에요. 사용자가 많아짐에 따라 기업과 사용자의 니즈를 바탕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그게 검색광고였던 겁니다.
- 네이버를 10년 정도 다니고 나왔지요?
2000년 5월에 네이버 검색광고가 시작되고 월 매출 500만 원을 기록했어요. 제가 2009년 9월 회사를 나올 때는 월 매출 500억을 기록했죠. 10년 동안 만 배가 성장한 거예요. 이 과정에서 저도 정말 많이 성장했지만 매너리즘에 빠졌어요. 더 이상 내 역할이 없는 것 같았죠. 마지막 1년 동안은 ‘나도 무언가를 만들어서 큰 부가가치를 내고 싶다, 의사결정을 주도적으로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네이버에서 뜻이 맞았던 멤버들과 창업하게 됐죠.
- 공동 창업한 회사 퓨처스트림네트워크에서 처음부터 모바일 광고 플랫폼을 만들지는 않았는데요. 검색광고 팀 출신이 모여 만든 회사인데 좀 의외입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죠.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그 일을 하기 더 힘들어 합니다. 네이버 있을 때 ‘네이버에 가장 오래 남아있을 사람, 네이버 주식을 가장 오래 갖고 있을 사람’ 사내 투표하면 제가 항상 1위였어요. 그런데도 10년 만에 네이버를 나왔고, 주식도 금방 팔았습니다. 제가 검색사업 운영팀장으로서 네이버 매출의 7~80%가량을 가장 먼저 확인했는데도 말입니다. 왜 그랬냐면 당시에는 성인광고, 대출광고, 병원광고의 비중이 높았어요. 한편으로는 ‘환불해달라, 밤길 조심해라’ 말하는 이상한 광고주도 많아 너무 힘들었고요. 인터넷 광고시장은 매년 크게 성장하고 있었지만 미래는 불안해 보였습니다. 또 네이버에서 비즈니스를 키우면서 거쳤던 과정을 창업하고 다시 겪을 자신이 없었어요.
퓨처스트림네트워크는 광고 비즈니스를 하기 전에 개인 간(P2P) 스트리밍, 스마트 쉐어 서비스를 했다. 처음 시도한 건 스트리밍 서비스였다. 신창균 대표가 관련 라이선스를 보유한 회사를 소유하고 있던 게 계기가 됐다. 그러다 스마트 쉐어 서비스로 전환했다. 노트북, 아이팟 등 전자기기를 공유해 전자기기 구매에 대한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였다. 에어비앤비의 스마트 기기 버전인 셈이다.
- 그럼에도 결국 광고 비즈니스로 전환했는데요.
미국에서 구글이 ‘애드몹’을 1조 원 주고 인수한 사건이 있었어요. 1년 반 된 회사인데 1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거예요. 우리가 네이버에서 검색광고 했던 선수들이니까 계산기를 두드려본 거죠. 한국 모바일 시장을 잡으면 500억짜리 회사는 만들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반대 의견도 있었는데, 우리가 원래 하던 일이고 잘했으니까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카울리’를 만들었죠.
- 당시에도 큰 위기를 겪었다가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룬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카울리를 2010년 4월에 출시했는데요. 다들 네이버에서 산전수전 겪은 사람들이니까 어떻게 서비스를 키울지 치열하게 논의했죠. 모바일 광고 생태계를 성장시킬 마중물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앱이 있어야 우리 서비스를 붙일 수 있는 거니까 앱 개발자 지원금도 지급하고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쳤어요.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요.
문제는 적자 규모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컸다는 겁니다. 회사를 만든 이후로 총 40억 원을 투자 받았고, 전환사채도 70억 원어치를 발행했습니다. 그런데 그 돈을 다 써버린 거예요. 누적 적자금액이 108억 원이었습니다. 2013년 말에는 지급불능 상태까지 가서 직원을 절반이나 줄여야 했어요. 망할 일만 남았었죠.
그럼에도 우리는 버틸 수밖에 없었습니다. 안 그러면 모든 걸 잃으니까. 어떻게든 버티려고 안간힘을 다했습니다. 그렇게 버티고 나니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어요. 업계 1, 2위였던 네이버와 다음이 이런저런 이유로 사업을 중단했습니다. 단숨에 우리가 업계 1위로 올라왔어요. 그리고 말도 안 되게 따뜻한 봄이 왔습니다. 광고주가 3배로 늘어나면서 매출은 4배, 영업이익은 3배 증가했어요. 그해 매출 250억, 영업이익 80억을 기록하면서 1년 만에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 블록체인, 긴 호흡으로 봐야…가장 큰 과제는 생존
- 현재는 블록체인 사업을 하고 있죠. 블록체인 업계에 온 배경은 무엇인가요?
제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요. 또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를 거치면서 새로운 바람이 불 때는 맨 앞줄에 있어야 한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습니다.
이념적으로는 탈중앙화와 검열 저항성이 매력적이었어요. 탈중앙화는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모든 사회, 사업, 비즈니스 구조를 바꿀 잠재력이 있습니다. 비록 중앙화된 구조에 비해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겠지만요. 탈중앙화가 이뤄지면 신뢰가 없는 사람과도 협업하거나 생태계를 만들어 확산시킬 수 있습니다. 여기서 암호화폐는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고요. 기술적으로 화폐 주조차익을 만들고 법정화폐와 시너지 효과를 냄으로써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 믿습니다.
검열 저항성은 생태계 내에서 행동을 하거나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 통제받거나 감시받는 부분을 걷어낼 수 있어요. 본인의 정보를 검증하지 않아도 신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 때문이죠. 스스로 자율성을 확보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이런 생각들이 더해져 블록체인 기반 광고 보상 프로젝트 위블락을 하게 됐습니다.
- 이번에도 광고 비즈니스네요. 블록체인 기술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나요?
광고 비즈니스는 분업화되고 그 사이에 여러 관계자가 끼어들면서 많은 수수료가 발생하고 있어요. 측정 가능하고, 투명하고, 신뢰도가 높다는 블록체인의 특성을 이용해 미들맨(중개자)을 걷어내고 이로 인한 이익을 사용자에게 주려고 합니다.
사용자는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생태계 성장에 기여하고 있지만 보상에서는 배제돼 있어요.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때 사용자는 검색하고, 좋아요를 누르면서 생태계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익금은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가져가죠.
광고 비즈니스의 특징은 성과를 측정할 수 있다는 거예요. 누가 광고를 보고 회원가입을 했는지, 물건을 샀는지 알 수 있습니다. 광고를 시청하기만 해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어느 정도 기여한 셈이죠. 이런 성과를 낸 사용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지급하고자 합니다.
- 위블락에서는 어떻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나요?
사용자와 직접 관계를 맺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페이웍은 사용자가 광고 캠페인에 참여하거나 광고주가 요구하는 액션을 취하면 광고 비용을 수수료 없이 유저가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입니다. 최근에는 줍줍 서비스를 정식 출시했어요. 앱 다운로드, 좋아요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 일어나는 행동에 대해서도 리워드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이를테면 사용자가 특정 상점에 방문했을 때 토큰 보상을 지급하는 거죠.
또 밋업, 에어드랍 등 블록체인 관련 정보를 보여주는 블록인사이트 앱도 있습니다. 사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정보를 획득한 사용자에게 토큰을 보상하는 과정 자체가 블록체인 광고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도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 블록체인 사업을 하면서 기대와 달랐던 부분이 있나요?
제가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어요. 그런데도 개발자가 아닌 관계로, 블록체인 기술의 완성도를 오판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대부분 1~2년 안에 원천기술이 완성될 거라고 전망했어요. 저도 그렇게 봤고요. 이후에는 앱 생태계가 갖춰졌던 것처럼 디앱 생태계도 금방 만들어질 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블록체인 코어기술을 안정적으로 구현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제가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 1년 반이 걸렸습니다.
- 인터넷, 모바일 시대에도 비슷한 고비를 겪었지요? 공통분모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 혁명은 1999년에 일어났어요. 그런데 네이버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건 2001년 하반기부터입니다. 3년 동안 정말 힘든 시기였어요. 그나마 합병한 한게임이 벌어주는 수익 덕분에 검색엔진 서비스를 계속할 수 있었죠. 모바일 혁명은 보통 2009년을 원년으로 봐요. 카카오도 2009년에 등장했고요. 카카오는 2010년부터 널리 퍼지다가, 2011년에 ‘게임하기’로 비즈니스 모델을 증명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열광한 시점과 산업이 자리를 잡는 시점은 차이가 있어요. 인터넷 · 모바일 시기 모두 비즈니스 모델을 증명하는데 최소 2년 이상은 걸렸습니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입니다. 2018년을 원년으로 봐도 최소 2020년은 돼야 하고, 어쩌면 더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긴 호흡으로 볼 필요가 있어요. 그때까지 잘 버텨야 합니다.
- 잘 버틴다?
어떤 산업이든 힘든 시기가 존재하고, 보릿고개를 넘기지 못해 굶어죽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존하면 파이는 남은 생존자가 전부 갖습니다. 네이버는 살아남았기에 1등이 될 수 있었고, 퓨처스트림네트워크도 이를 악물고 버티다 보니 업계 1등이 됐습니다. 경쟁자가 사라진 덕분이죠. 큰 기업조차도 이런저런 이유로 사업을 중단하는 일이 생기곤 합니다. 블록체인 업계도 변수가 많을 것입니다.
- 인터넷, 모바일 시대 때와는 다른 면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인터넷, 모바일 시대에는 웨이브를 뒷받침할 인프라가 있었어요. 인터넷은 초고속 통신망 구축, 모바일은 스마트폰 보급이었죠. 그런데 블록체인은 무엇이 인프라 역할을 할지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업계 사람들은 월렛이나 거래소가 인프라 역할을 할 거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초고속 통신망이나 스마트폰 정도의 임팩트를 줬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훨씬 긴 싸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블록체인이 세 번째 웨이브가 맞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까지 왔습니다.
- 현재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자금적인 어려움이 큽니다. 모든 게 선순환에서 악순환으로 바뀌었어요. 블록체인은 여전히 금융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벤처캐피털(VC) 투자를 받기 쉽지 않고, 정부지원자금도 받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수익을 내는 것도 쉽지 않아요.
또 탈블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어요. 블록체인 업계에 들어온 사람 중 절반 이상은 떠났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사람이 떠나다 보니 업계 자체가 위축되고 있어요. 점점 더 버티기 어려운 순간이 오는 것 같아요. 해프닝이었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탈블: 블록체인 업계를 떠나는 행위를 뜻하는 은어
- 최근 탈블이 업계 화두인 것 같습니다. 탈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늦게 나갈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떠난 자가 남겨진 자보다 더 많이 후회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재미없는 영화를 보고 있다고 해봐요. 절반을 봤는데 재미가 없어, 그럼 언제든 나갈 수 있어요. 하지만 그다음을 놓칠 수 있습니다. 후반에는 엄청 재밌어질 수도 있는 거니까요. 물론 나가는 선택이 옳을 수도 있죠. 그렇다 해도 후반부가 재미없다는 사실은 평생 모른 채 살아갈 겁니다. 시간 낭비라 해도, 그 과정 역시 행복을 추구하는 인생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이 시장의 끝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블록체인 비즈니스는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놀라운 건, 비트코인은 여전히 1000만 원 근처에 있다는 거예요. 단지 우리가 사지 않았을 뿐이죠. 멈출 때는 아닌 것 같아요. 탈블은 언제든 할 수 있으니, 지금은 블록체인 속으로 한 걸음 더 가야죠.
- 위블락도 블록체인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현재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텐데요. 대표님은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우리가 만든 4개의 디앱을 어떻게든 대중화시킬 방법을 찾고 있어요. 디앱 블록인사이트는 사용자가 만 명 밖에 안 됩니다.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는 사용자 풀도 매우 적고요. 그러니 블록체인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용자에게 중요한 가치를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어필하는 거죠.
금융에 관심 있는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신용카드 · 체크카드 정보를 잘 모아 보여주고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의 할인 이벤트 · 카드 이벤트를 모아서 보여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사용자가 좋아할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고, 사용자를 모으는데 집중하려고 해요. 사용자가 모인 후에는 사용자가 실제 부가가치를 낼 수 있도록 서비스에 토큰 이코노미를 적용한 암호화폐 비즈니스를 할 계획입니다.
또 최근에는 타임티켓과 협업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어떤 연극을 상세 정보까지 조회하는지, 티켓은 어디서 많이 팔리는지 등의 데이터를 아이콘 트랜잭션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데이터로 부가가치를 만들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 위블락에서 진행하는 사업 외에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섹터가 있을까요?
신원증명(DID)은 의미 있는 시도 같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스마트폰 같은 개인화된 디바이스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북은 노트북보다도 훨씬 개인화되어 있는 것 같아요. 스마트폰을 빌려주는 일은 거의 하지 않으니까요. 또 개인과 스마트폰은 24시간 1:1로 매칭이 이뤄집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인증을 해줄 수 있다면 충분히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 6월 열린 방탄소년단 팬미팅에서 상당수 팬이 입장을 거부당한 일이 있었는데요. 예를 들면, 아버지 이름으로 티켓을 구매한 딸이 입장하지 못한 거예요. 암표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였습니다. 입장하기 위해서는 아버지가 구매했다는 구매내역서, 딸의 학생증이나 신분증, 딸과 아버지 이름이 동시에 나와 있는 가족관계 증명서 등을 통해 암표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의 시스템이 있었다면 이런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을까요? 스마트폰의 주인은 자신이 표를 구매한 게 맞다고 확실하게 인증할 수 있습니다. 이를 딸에게 합법적으로 양도할 수도 있고요.
- 지금까지 비즈니스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IT 영역에서 사업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IT 영역은 개인이 노력하기에 따라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어요. 인간이 갖고 있는 시간적 · 공간적 ·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게 해주죠. 그래서 IT 영역에서 인터넷, 모바일, 블록체인 관련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사실이 뜻깊게 느껴집니다.
- 가장 후회되는 경험도 듣고 싶습니다.
비즈니스는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타이밍을 맞추는 게 불가능하니까요. 그런데 사람 사이의 관계는 쉽게 맺고 끊는 성격의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도 안 되고요. 채용을 하다 보면 사람을 내보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물론 최대한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하지만요. 저도 부득이한 상황이었지만, 리더라면 좀 더 신중하게 해결책을 찾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한테까지 영향이 미치도록 한 것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또 함께한 멤버들에게 우리 회사의 가치와 비전을 잘 설명하고, 모두가 공통의 목표를 향해 가도록 이끌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후회가 남습니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블록체인이 인터넷과 모바일을 잇는 새로운 기회일지는 아직 모르는 상황입니다. 솔직히 불안한 마음도 들어요.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나는 왜 일을 하는가? 행복하기 위해 일을 합니다. 그렇다면 행복은 무엇일까요? 안정적인 직장을 다닌다, 따뜻한 밥을 먹는다, 아무런 위험이 없다… 이런 건 아닌 것 같아요. 하루하루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른 사람과 교감하고 희로애락을 느끼는 과정이 인생이고 행복 같습니다. 블록체인 관련 일을 하는 지금도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결국 하루하루 살아가는 과정이 중요한 거죠. 어떤 결말을 맞을지 모르겠지만 의미 있는 길을 걷고 싶습니다. 다행스러운 건, 기술력은 이제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해볼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온 것 같아요. 승부는 해볼 수 있게 됐어요. 끝까지 최선을 다해 버티고 살아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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