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www.digital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7238
금감원, ‘글로벌 핀테크 트렌드 및 감독정책’ 보고서에서 향후 감독 방향 소개
핀테크 기업에 중대 과실 없으면 검사 및 제재 최대한 자제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빅테크, 핀테크 기업에 대한 향후 감독 방향으로 ‘책임있는 혁신’에 초점을 둔 자율적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핀테크 확산으로 금융감독 환경이 바뀌고 있지만 섣부른 규제가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고민에서 나온 대응 카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글로벌 핀테크 트렌드 및 감독정책’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글로벌 핀테크 현황과 규제, 국내 핀테크 산업 및 감독 현황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약 20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는 윤석헌 금감원장이 발행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금감원은 금융당국의 시선에서 이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글로벌 핀테크 10대 트렌드, 주요 핀테크 기술현황, 국내 핀테크 주요 현황, 해외 감독당국의 이슈별 대응 동향, 국내의 주요 핀테크 정책, 향후 감독방향 등으로 구성됐다. 핀테크에 대한 백서 성격이다.
여기서 금감원은 핀테크 분야에 대한 우려와 금감원의 향후 대응 계획을 밝혔다. 우선 금감원은 핀테크 확산에 따른 다양한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향후 구글, 아마존,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이 금융시장을 잠식하고 정보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구글 같은 초대형 사업자에게 금융회사의 IT 활용이 집중될 경우 구글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면 전체 금융시스템에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금감원은 인공지능, 자동화 모델 등을 통한 금융 예측과 거래가 일반화되면서 군집 행동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군집 행동은 특정 자산 매각이나 매입에 다수가 몰려드는 것인데 인공지능, 자동화 등이 비슷한 결과를 도출하면서 이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 경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시스템 안정성이 저하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와 빅테크, 핀테크 기업의 상호연관성이 증가하면서 특정 부문, 기업의 리스크가 전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회사, 빅테크, 핀테크 등이 협력을 할 때 이중 1개 기업의 문제가 다른 두 회사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들의 외부 서비스 이용이 늘면서 데이터보안, 개인정보보호, 사이버공격 등에 리스크가 중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입장에서도 소규모의 다수 사업자들이 핀테크에 진입하고 탈중앙화를 추구하면서 모니터링과 통제가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해서 금감원이 보수적인 입장에서 심사와 감독을 할 경우 핀테크 혁신을 저해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에 대응 방안으로 금감원은 자율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보고서에서 향후 금융감독 방향에 대해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시스템 안정을 염두에 둔 ‘책임있는 혁신’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회사, 핀테크 기업 등이 법규 준수, 금융소비자보호, 금융사고 방지의 관점에서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혁신과 위험관리 간 균형 잡힌 경영전략을 수립하도록 규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또 금감원은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에 대해 서는 ‘금융 안정’, ‘소비자보호’, ‘공정경쟁 기반 마련’의 3대 원칙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3대 원칙을 중심으로 기존 금융권, 핀테크, 빅테크가 협력과 경쟁을 통해 금융혁신을 이룰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설명했다. 혁신 vs 규제 간 균형 있는 감독방향을 정립하겠다는 것이다.
핀테크 기업에 대한 감독은 유연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핀테크 기업에 대해서는 금융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준법감시 기능을 감안해 검사와 제재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혁신금융사업자의 금융 사고에 대해 고의, 중과실, 다수 소비자 피해 등 중대 위반 행위가 없는 경우 검사 및 제재를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것이다. 또 금융시장에서 자율과 창의에 기반한 금융기술 혁신이 꽃피울 수 있도록 사전 개입을 자제할 방침이다. 반면 금융소비자 피해 발생, 시장질서 교한 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할 계획이다.
금감원이 뽑은 글로벌 10대 핀테크 트렌드는?
금감원은 보고서에서 ‘글로벌 핀테크 10대 트렌드’도 선정했다. 우선 금감원은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그리고 중국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자사 플랫폼을 기반으로 금융 관련 비즈니스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들 빅테크 기업들이 플랫폼 내 축적된 방대한 고객 데이터 및 분석 능력, 높은 고객 충성도, 자본력을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등 강력한 고객 기반을 갖춘 대형 IT플랫폼, 통신사 등이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금감원은 핀테크 중심지의 다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남미, 동남아, 서남아 지역의 핀테크가 대규모 투자, 대형시장, 높은 모바일 기기 보급률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영국, 미국, 중국 등 기본 핀테크 중심축의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금감원은 중남미 시장 핀테크 투자 규모가 2015년 1억 달러에서 2019년 18억 달러로 18배 증가했으며, 동남아 시장 역시 2015년 투자규모가 3억 달러에서 2019년 15억 달러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데이터 가치를 일찍 인식한 해외 주요국들이 개인정보를 적극 공유, 가공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데이터의 실용 활용이 극대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EU, 영국에서 시작된 오픈뱅킹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돼 오픈 플팻폼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금감원은 각국 금융당국이 핀테크로 촉발된 금융혁신을 위해 금융당국 간 핀테크 지원과 공조를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핀테크 기업-금융회사 간 파트너십 확대, 금융서비스를 넘어 생활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서비스의 리번들링 추세, 핀테크 관련 리스크 부각, 코로나19로 인한 핀테크 분야의 언택트 문화 확산,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도 10대 트렌드로 소개했다.
보고서에서 금감원은 핀테크 기술 중 하나로 블록체인을 소개했다. 금감원은 블록체인이 네트워크 참여자가 공동으로 거래 정보를 검증하고 기록, 보관함으로써 공인된 제3자 없이도 거래 기록의 무결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인프라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블록체인이 비트코인 거래를 위해 사용된 기술로 뛰어난 보안성, 효율성 등을 장점으로 하고 있으나 기술적 성숙도가 낮은 단계에 있어 기존 금융시장 인프라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핀테크 기업으로 카사코리아, 디렉셔널, 코스콤, 아이콘루프, 파운트 등을 금감원은 소개했다.
그러나 여전히 금감원은 블록체인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블록체인이 오류 거래 발생 시 거래내용에 대한 수정이 불가능하고 통제가 어려우며 새로운 거래 발생 시 모든 블록체인 참여자의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검증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 처리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또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 투기과열을 진정시키고, 가상자산 관련 금융거래 투명성을 제고하며, 불법행위를 차단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또 모든 형태의 가상자산공개(ICO)를 금지할 방침이며 가상자산 관련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 내용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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