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www.newsprime.co.kr/news/article/?no=542367
[프라임경제] 급속한 가상자산 시장 성장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부는 쫓기듯 규제안을 내기에 급급했고, 최근엔 '정치 카드'로 이를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그 사이 시장 참여자의 혼란과 불안만 가중될 뿐이다. 프라임경제는 채민성 법무법인 리인 변호사를 만나 업계가 궁금해 하고 있는 '특금법' '과세 관련 이슈' '소송' 등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프라임경제는 채민성 법무법인 리인 변호사를 만나 '특금법' '과세 관련 이슈' '소송' 등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올해 초를 기점으로 다시금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시장에 관심이 쏠렸지만 여전히 시장을 제도권에 편입됐다고 보기엔 부족하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를 언급해 투자자를 혼란에 빠뜨렸던 '박상기의 난'이 발생한 지 3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정부는 가상자산 관련 법규와 규제를 확립하지 못했다. 그나마 지난 3월25일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이 시행됐을 뿐이다.
◆특금법 시행 한 달…눈치 보기 급급한 업계
지난 3월25일 가상자산사업자의 자격 강화를 골자로 한 특금법 시행 후 몇 군데 소형 가상자산거래소가 폐업을 결정한 일 외엔 업계에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신고한 업체도 없고, 신규로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업체도 보이지 않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불명확한 특금법 대상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채 변호사는 "가상자산 취급 사업자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는 문건은 금융당국이 배포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매뉴얼인데, 약간 모호한 구석이 있다"고 지적했다.
매뉴얼에서 신고대상으로 명시한 사업자는 △가상자산 거래업자(거래소) △가상자산 보관업자(커스터디) △가상자산 지갑서비스 사업자다.
이 분야에 해당한다면 반드시 △한국인터넷진흥원을 통한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ISMS)과 △금융기관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받아야 신고할 수 있다.
문제는 그 과정이 생각보다 까다롭다는 데 있다. 채 변호사는 "ISMS 인증을 위해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고 진흥원에서 인증받는 데 대략 2억원 가량 비용이 필요하다"며 "현실적으로 스타트업 등 소규모 회사가 지불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본력이 있는 회사에선 사업자 해당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 없이 정부 지침에 따라 ISMS 인증을 받을 수 있겠지만, 자본이 미약한 회사는 신고자 해당 여부가 불분명할 경우, 인증받기로 결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해외에 법인을 둔 회사 역시 굳이 국내에 신고해야 하는지를 두고 의문이 많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거래소의 경우 신고 대상에 포함되는 게 분명한 편이지만 커스터디 사업자와 지갑서비스 사업자는 해당 여부가 불분명하다. 이런 이유로 자본력이 부족한 사업자와 해외법인 사업자가 ISMS 인증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채민성 변호사는 "ISMS 인증에 액 2억원 가량 비용이 필요하다"며 "현실적으로 소형 회사가 지불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금법 도입으로 투자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개인투자자와 달리 이 같이 모호한 기준점은 업계 관계자를 곤란하게 만든다.
채 변호사는 "특금법 시행의 핵심은 거래소에 대한 적격성을 부여"라며 "그 과정에서 커스터디와 지갑 사업자에도 같은 잣대를 제시하면서 애매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커스터디와 지갑 사업자는 불분명한 매뉴얼로 고민하는 상황"이라며 "개인사업자로 사업을 하는 사례도 상당한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매뉴얼의 부족한 부분을 꼬집었다.
ISMS 인증보다 더 어려운 건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확보다. 업계에선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확보하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이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모순적으로 은행권에선 은근히 계좌를 열어주고 싶지만 금융당국에 밉보일까봐 조심하는 눈치다. 채 변호사는 "케이뱅크가 업비트에 실명계좌를 발급해 엄청난 수익을 창출한 걸 본 은행권에선 거래소 계좌개설에 관심이 높다"며 "그러나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은행으로선 함부로 계좌를 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 실명계좌를 발급하면 실질적으로 거래소를 감시해야 할 의무가 부과되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것. 금융당국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은행으로선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자칫 '독이 든 성배'가 될까 우려하는 상황이다.
◆ICO팀에 어떻게 세금 부과할까?…업계 비상한 관심
가상자산 거래 급증과 가치 급상승으로 개인은 물론 업계에서도 세무 관련 문의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의 경우 2022년부터 세금이 부과될 것으로 정부당국이 예고했지만 정치권에선 이를 유예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개인보다 세무 이슈에 더 관심을 갖는 건 업계다. 특히 얼마 전 세무조사에 착수한 몇몇 ICO 팀에 대한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세청은 HN그룹의 에이치닥을 시작으로 아이콘루프 등 해외 ICO(Initial Coin Offering, 가상자산공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블록체인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내에선 ICO가 불법이라 해외에 재단을 설립해 자금조달을 한 프로젝트들이다. 여기에 참여한 회사와 이직원 상당수는 큰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민성 변호사는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통해 향후 ICO 팀에 어떻게 세금을 적용할지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기영 기자
채 변호사는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좋아지면서 큰돈을 번 관계자가 급증했지만 그 중 다수가 아직 현금화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아마도 갑작스런 현금흐름이나 부동산 취득으로 세무조사와 자금조사가 이뤄질 수 있어서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개인은 내년부터 기타소득으로 세금이 부과돼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증빙만 확실하면 문제될 상황이 없다. 하지만 ICO를 실시한 법인과 관계자는 수익을 거두고도 이를 처리할 때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보편적으로 ICO를 진행하는 프로젝트 팀은 발행 코인 중 일부를 팀에 스톡옵션처럼 배당한다. 물론 거래소 상장 초기엔 락업을 거는 등 코인 처분이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한다. 관계자들은 팀에서 배당 받은 코인을 일정기간 보유해 락업이 해제됐음에도 여전히 처분하지 못하고 있다. 세금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수익을 얼마로 인식할지 기준이 없어 자칫 세금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그는 "현행 법령 상 과세 근거는 분명하지만 소득을 얼마로 평가할지가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가상자산에 대한 평가가 발행과 매각 시점에만 이뤄지기 때문이다. 보편적으로 세무와 회계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사업자는 중간에 수차례 환가(값으로 환산)를 한다. 이 때 기장의 기준이 생긴다. 그러나 이 같은 절차가 없었다면 한꺼번에 너무 큰 수익이 발생해 이를 기준으로 한 세금 역시 커진다.
채 변호사는 "프로젝트 참여자가 가상자산으로 생긴 수익으로 부동산 등 자산을 취득하면 세무조사를 받게 되는데, 이 때 그 근거를 회사로부터 받은 것이라 말하면 회사나 프로젝트를 들춰보는 계기가 된다"며 "당국이 이를 어떻게 판단할지 모르니까 개인은 물론 회사도 고민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례가 없기 때문에 시범케이스가 되지 않고자 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평가액이 크게 늘었음에도 처분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며, 업계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형국이다. 아이콘루프에 대한 국세청 조사 착수 이유가 비단 프로젝트의 문제만 찾는 게 아니라 ICO 프로젝트를 어떻게 봐야 할지 연구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있는 이유다.
이번 세무조사에 대해 채 변호사는 "아이콘루프가 ICO 프로젝트 팀 중 가장 오래된 팀이라 타 팀들이 벤치마킹해 운영했을 가능성까지 염두하고 조사하는 것"이라며 "국세청이 이번 조사를 통해 향후 ICO 팀에 어떻게 세금을 적용하는지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환거래법 주의 필요…"올 7월 돼야 과세 가이드라인 알 수 있다"
가상자산 거래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뤄지다보니 이에 따른 외환 유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김치프리미엄이 큰 폭으로 증가한 최근, 재정거래 폭증으로 외환 유출이 심각해졌다고 판단한 당국자들이 연일 경고성 강성 발언을 이어간다.
카드사가 결제를 막는 추세이긴 하지만 바이낸스를 비롯한 해외 거래소에서 카드로 소액결제해도 외화가 유출되긴 매한가지다.
지금까지 법원에선 개인의 재정거래를 크게 문제삼지는 않았다. 채 변호사는 "아직까지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수준의 거래에 대해 문제 삼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차익이 발생한 부분을 수익으로 인식해 세금을 매길 수도 있지만 가상자산을 계속 보유하고 있다면 이를 두고 과세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규정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재정거래와 마찬가지로 에어드랍에 대한 과세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는 "에어드랍의 방식은 경품이나 증여 등 매우 다양하다"며 "현행 법령 상 이를 규정하고 평가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세안에 대해서는 "7월쯤 당국에서 어떤 방향으로 과세할지 아웃라인을 낼 것"이라며 "방향성이 설정되지 않은 현재로선 그 부분을 함부로 언급하긴 시기상조"란 말로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개인의 분쟁 대응 방식 집단소송?…승리 확신할 순 없어
거래소와 개인 간 분쟁이 늘면서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자끼리 집단적으로 단체소송을 제기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 단체소송에 임하는 투자자에게 채 변호사는 "반드시 변호사의 전문성을 검증하고 해결의지를 확인해야 할 것"이라 조언했다.
그는 "고객이 단체소송을 하는 이유가 수임료 부담이 줄기 때문인데 모순적으로 변호사 입장에선 단체소송이 큰 수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단체소송 시 송달료 등 고정 비용이 커져 상대적으로 변호사 몫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고객의 기대에 못 미치는 미흡한 대응으로 일관하는 로펌도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채 변호사는 "검증되지 않은 몇몇 로펌의 경우 단체소송을 수임하고 소송을 대리하는 것 외엔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고객은 피해보상을 위해 소송을 진행하는데 변호사가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곳인지를 반드시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더불어 소송에 앞서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합리적으로 처벌돼야 할 것처럼 보여도 법적으로 처벌 근거가 없는 경우도 다반사"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와 함께 분쟁 당사자가 파산한 경우 피해액을 보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승소 시 피해액과 소송비용을 돌려받는 게 정상이지만 분쟁 당사자가 파산 등으로 보상할 수 없는 처지라면 승소해도 허사"라며 "민사소송 진행에 앞서 가압류 등 필요한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소송이라는 게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민성 변호사는 다수 국내 거래소와 프로젝트에 대한 법률 자문과 가상자산 관련 소송대리인으로 활동 중이다.
채민성 변호사는?
2014년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2017년 동 대학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제6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법무법인 리인에 소속돼 변호사 경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서초OK생활자문단 위원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법률지원단 △서울지방변호사회 미래인재특별위원회 위원 △경기콘텐츠진흥원 법률 멘토 등으로 활동 중이다. 역외 ICO 자문을 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현재 다수 국내 거래소와 프로젝트에 대한 법률 자문과 함께 기타 가상자산 관련 소송대리인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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